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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으면 썩는대로 자포자기"...중증장애인들 치과 못가는 이유
작성자 관리자(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작성일 2020-11-13 09:22 조회수 3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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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치과 접근성' 저조...장애인구강센터 설립·치과주치의제도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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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치과에 가는 것 자체가 큰 일이에요. 검진을 못받으니 치아가 썩는지 어떤지도 모르고 일단 썩는게 눈에 보이기 전까진 기다리자, 나중에 병원에 가서 한꺼번에 치료하자며 두고보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2급인 아들 김동환군(12살)을 키우는 어머니 류승연 씨의 말이다. 지난해 장애인구강센터를 방문한 것을 마지막으로 동환 군의 치과 진료는 아주 미뤄뒀다. 류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니 동네치과에서는 미안하다며 거부하고, 장애인진료센터는 최소 4개월 이후에 예약이 된다고 하더라"며 "결국 센터에 꼬박 대기하다가 진료가 잠깐 비는 시간에 간신히 치료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장애인들의 치과 접근성이 매우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치 치료는 물론 간단한 검진도 수개월을 대기하고, 그마저도 이동의 어려움 등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 태반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의 치과 진료를 담당하는 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중앙센터 1곳과 권역센터 10곳을 포함해 총 11곳에 불과하다. 진료를 받기도 쉽지 않다. 평균 대기시간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초진에서 전신마취 진료까지 평균 106일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첫 예약에서 전신마취 진료까지는 4개월 이상 대기하는 것이다. 

치과 방문 자체가 어렵다보니 중증 장애인들의 치아상태도 대체적으로 좋지 않다. 2015년 장애인구강보건실태조사에서는 비장애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질병이 감기(상기도 감염)인 것과 달리 장애인의 다빈도 질환 1위가 '치은염 및 치주질환'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곽은정 서울대치과병원 중앙장애인구강센터 교수는 "뇌병변장애(중증 및 경증), 뇌전증장애(중증 및 경증), 정신장애(중증), 지체장애(중증), 지적장애(중증), 자폐성장애(중증)은 치과 영역 중증 장애인으로 구분한다. 장애인 환자들 중에는 구강 내 불편감을 호소하지 못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 특정 치아 한, 두개가 아니라 다수의 치아가 문제되어 내원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장애인과 가족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집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그나마 신체를 고정하는 장비가 어느 정도 갖춰진 어린이 치과에서 장애 환자들의 치료를 담당하기도 하지만, 예약이 어려운 것은 물론 중증 장애 환자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진료를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류씨는 "발달장애인은 상황을 언어로 이해하지 못하니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집에서 먼 구강센터에 몇 달씩 대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도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앞서 2018년 중증장애인이 동네 치과의 주치의에게 1년 동안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치과주치의 시범사업을 시행했지만 중증장애인 97만 명 중 811명만 해당 사업에 참여했고, 실제 활동한 주치의도 87명에 그치는 등 저조한 결과를 냈다. 올해에도 부산광역시, 대구 남구, 제주 제주시의 중증 장애인과 치과 병·의원을 대상으로 2단계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장애인들의 치과진료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치과 현장에서도 어려운 현실을 전했다. 박종진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장애인 치료 수가가 과거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턱없이 부족한 조건이다. 또 중증장애인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특수 장비와 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소아치과 전문의 외에는 장애분야 전문성이 없어 환자의 행동조절이 쉽지 않다"고 피력했다. 

다만, 장애환자들의 치과 접근성을 보다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을 뜻을 전했다. 박 이사는 "자폐아동의 교정치료를 맡은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상호 신뢰가 생기고 나니 힘들지 않게 무사히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며 "장기적으로 장애인을 치료하는 공공병원을 좀 더 여러 곳 세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kukinews.com